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

<‘방방곡곡’-김민지 문화평론가의 책 이야기>

김민지 문화평론가의 방방곡곡 | 기사입력 2023/01/13 [07: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

<‘방방곡곡’-김민지 문화평론가의 책 이야기>

김민지 문화평론가의 방방곡곡 | 입력 : 2023/01/13 [07:01]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청림출판, 2022), 가격 13,500

인생 오십. 아직은 막연하다. 여러 형태의 소임(所任)에 맞추어 살다 보니 가 없어진 지 오래다. 무엇인가 이루고 싶은 욕망과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은 늘 충돌한다. 부족한 엄마지만 아이들과 삶을 공유하려 애쓴다. 가족들은 새로운 일을 응원해준다.

 

지금은 과거에 잠시 내려놓았던 나와 여행 중이다. 뭘 좋아했는지 잊었다. 나에게 묻는다. 무엇을 좋아하였고 어떤 미래를 꿈꾸었는지를. 오십이 가까워질수록 각졌던 돌이 흐르는 물에 깎이듯 삶도 만질만질해 졌다. 세월의 힘이다. 나를 바라보고 온전히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아량(雅量)이 생겼다.

 

북클럽 활동을 했었다. 그때 만났다.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 제목이 주는 힘 때문이었을까. 미래의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회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회원 한 분이 대화창에 김성호의 <회상>이라는 곡을 올렸다. 영상은 두 개였다. 최근 영상과 젊은 시절의 영상. 고운 주름 온화한 미소 속 모습은 젊은 시절과 달랐다. 목소리는 그대로다. 아니 더 달달하다. 세월의 흔적이다. 담백함과 청아함으로 인해 감동이 전해진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뻔한 부분을 붙잡아주었다. 책장을 넘기던 기억이 지금도 따스하다. 책은 나를 돌아보게 했고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살 것인지 물었다.

 

저자 이주희는 삼성전기에서 홍보와 인사 업무를 보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경영을 공부했고 헬싱키 경제경영 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위를 받았다. 책의 구성은 나이 오십의 유망주다웠다. 1장 다시, 나를 생각하다, 2장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 3장 나로 서기, 그 준비운동, 4장 이제 넘치는 것은 비우자, 5장 아직도 부족한 것은 채우자, 6장 삶의 기준을 로 하는 행복한 이기주의자이다.

 

그토록 멋질 오십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인생의 봄은 바야흐로 지금부터니까. 시작이야 힘들겠지만 행복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천천히 많은 것을 보고 공부하고 서두르지 않으련다. 찰나의 느낌을 잊기 전에 붙잡아두자. 첫걸음은 글쓰기다. 글을 쓴다는 건,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내 안의 슬픔이나 아픔을 꺼내 위로해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내가 언젠가 읽었던 단어가 연결되어 문장이 된다.

 

저자는 쓰는 건, 눈에 보이는 사물을 잡아두는 연습입니다. 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오감을 나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세요.”라고 말한다. 글을 쓴다는 것이 생존전략으로 읽힌다. 책 속의 명문장들을 붙잡아두려 책을 읽고 나서 필사하고 있다.

 

성장과 변화의 출발선에 섰다. 기준점은 항상 . 어제의 나, 한 달 전의 내가 되어야 한다. 매일이 작은 인생이다. 기간을 잘게 쪼개보자. 부족한 부분은 양동이에 물을 퍼담듯 채워가자. 남과의 비교는 금물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대할 때보다 나 스스로 감정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모를 때는 가까운 멘토에게 묻는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솔직함과 용기가 때로는 필요하다. 그렇게 나를 믿기로 했다. 곰삭은 갓김치처럼 본 것들을 잘 버무려보련다.

 

세월은 터널이다. 터널 끝, 빛을 보기 전까지는 깜깜하다. 어떻게 터널을 지나야 할지 알게 해준 책이다. 오십의 핵심키워드는 조화가 아닐까 싶다. 20대까지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즉, 버킷 리스트(bucket list)가 있었다.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화살처럼 40대가 되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좋은 엄마 강박에서도 벗어나고 나를 가꾸고 내 몸을 가꿔 건강한 50대를 맞이하련다. 이 책을 통해 나를 묶고 있는 건 나의 환경도, 가족도 사회도 아닌 나였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살아갈 만하다. 책을 덮을 즈음 잠시 내려놓았던 나를 만났다.

 

김민지 문화평론가의 서평은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다.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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