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들어준 야사리 은행나무

5백년 역사에 얽힌 천연기념물 이야기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23/01/12 [07: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소원을 들어준 야사리 은행나무

5백년 역사에 얽힌 천연기념물 이야기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23/01/12 [07:01]

  © 화순매일신문

안녕하세요. 화순을 이야기해 주는 수다 아줌마입니다. 오늘은 은행나무 이야기입니다.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립니다. 공룡이 살았던 시대부터 현재까지 오래 살아서 그랬는지 때로는 사람들은 믿음의 대상으로도 여깁니다. 서원이나 향교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쳐서 행단이라고 하였고 우리나라 성균관 은행나무가 대표적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화순군 이서면 야사리 이서천변에 오백 년이 넘은 은행나무(사진)가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조선 성종 때 마을이 형성되면서 심었다고 전하지만 이보다는 오래되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무등산을 병풍으로 삼고 고즈넉한 산골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합니다. 마을의 역사와 문화까지 간직하고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는 신령스러운 나무로 통합니다. 천연기념물 제303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나무는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에 있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와 쌍벽을 이룬다고 합니다. 둘레를 재본 적이 있습니다. 여덟 사람이 양팔을 펼쳐야 겨우 안을 수 있었습니다. 밑동의 중심 부분이 동굴처럼 뚫어진 부분을 보면 세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백 년을 살아온 흔적일 것입니다. 그 뚫어진 뿌리의 근처에는 많은 맹아(萌芽) 돋아 자라고 있어 은행나무의 생명력이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인 듯 유주(乳柱)가 군데군데 보입니다. 오래된 은행나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라서 수령을 오백 년 넘게 보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유주는 젖 기둥이라기보다는 큰 혹과 닮았습니다. 마치 남근(男根)과도 같습니다. 생김새 때문인지 친숙했나 봅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만졌던지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 윤기가 흐릅니다. 유주를 어루만지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도 합니다. 아기를 갖고 싶은 아낙네가 이 유주를 만지며 지성을 드리면 이루어진다고 하니 능력도 있나 봅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함부로 만지지 않습니다. 신목으로 여겨서 그렇습니다. 신통력이 있어 국운이 융성하면 나라의 화평을 알리고, 때로는 우는 소리를 내어 전란과 나라의 불운을 알렸다고 이 마을 사람들은 이야기합니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당산제를 지내고 새해의 풍년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멀리서 보아도 수령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위용이 있습니다. 야사리 은행나무가 오랫동안 잘 자라는 것은 바로 옆 이서 천 때문입니다. 가까운 냇물이 활발한 증산작용을 돕습니다. 오백 년 수령이 무색하게 아직도 왕성하게 열매를 맺습니다. 노랗게 물든 가을이나, 눈 내리는 겨울이면 세월이 묻어나는 기품이 더욱 돋보여 많은 이들이 찾습니다.

 

은행나무는 암수가 다른 나무입니다. 수정을 위해서는 수나무와 암나무가 가까이에서 마주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근처에 다른 은행나무가 없습니다. 이서 천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고 열매를 맺는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긴 세월을 살아온 은행나무를 통해 자연의 경이로움을 잠깐이나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마을에는 호남의 4대 실학자인 규남 하백원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 적벽투어 출발지인 이서 커뮤니티 센터 앞에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있는데 두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연리지(連理枝)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극한 효성이나 돈독한 부부애를 상징한다고 하여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함께 둘러보시면 풍성한 여정이 되실 겁니다.

 

화순을 이야기해 주는 수다 아줌마였습니다.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순희 전남문화관광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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