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세월이 어제인 듯 위풍당당
쌍봉사 철감선사 승탑의 신기함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23/01/04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천년세월이 어제인 듯 위풍당당
쌍봉사 철감선사 승탑의 신기함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23/01/04 [08:01]

 

  © 화순매일신문


안녕하세요
. 화순군을 이야기해 주는 수다 아줌마입니다. 오늘은 쌍봉사(雙峰寺)입니다.

 

천년 세월. 평균연령이 85세인데 천년이면 정말 엄청난 세월입니다. 조선 오백 년, 고려 오백 년을 거슬러 올라야 합니다. 그 긴 세월이 어제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쌍봉은 철감선사의 호()입니다. 그가 이 절을 세웠다는 설()과 그가 크게 일으켰다는 설이 있습니다. 뒤쪽 의견이 조금 앞섭니다. 어떤 이야기가 맞든 철감선사에 의한, 철감선사를 위한, 철감선사의 사찰인 건 분명합니다. 철감선사는 통일신라 문성왕 때(847) 당에서 귀국하여 쌍봉사에는 855년에 왔다 하니 대충 헤아려도 1200년이 넘는 오랜 세월을 이어온 사찰입니다.

 

철감선사는 오늘날 서울인 한주 출신의 6두품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18세에 김제 귀신사에 출가하여 10년 동안 화엄학을 공부하다가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847년 귀국하였고, 855년 쌍봉사에 왔으며, 868(경문왕 8) 열반에 들었습니다.

 

그의 불심이 얼마나 높고 깊었는지, 경문왕은 제자 되기를 자청하고 깍듯하게 모셨다 합니다. 스승의 열반은 그에게 큰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탑을 세우고 비를 세워 슬픔을 달랬습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닌, 세기의 명품 국보 제57호 철감선사승탑과 보물 제170호인 승탑비는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은 세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최고의 재료와 기술과 인력입니다. 당시 통일신라는 돌을 다루는 기술이 정점(頂點)에 달해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의 왕이 직접 최상 품질의 화강암을 하사하여 최고의 석공으로 조각하였으니 명품이 안 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승탑(僧塔)은 승려가 죽으면 화장하고 수습한 유골이나 사리를 모셔 놓은 조형물로 일종의 무덤입니다. 사리탑, 부도(浮屠), 부두(浮頭), 포도(蒲圖), 불도(佛圖)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립니다. 승탑에 관심을 가지는 건 예술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기술력과 미술의 수준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철감선사 승탑은 우리나라 승탑의 백미로 평가받습니다. 기단에서 지붕돌까지 그 단단한 화강석을 마치 밀가루 반죽을 다루듯 섬세한 조각을 하였습니다. 비례와 아름다움이 돌을 깎아 만든 조각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 섬세함과 정교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놀라운 건 천년의 세월을 지냈으면, 시간의 흔적이 남기 마련인데, 마치 어제인 듯 신선한 기품입니다. 화려한 장식과 섬세한 아름다움 앞에 할 말은 많아도 말문은 막히기 일쑤입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상륜부(相輪部)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렇더라도 팔각지붕 기왓골의 아름다움까지 없어진 건 아닙니다. ‘수막새 연꽃 문양을 보면 절로 감탄사가 나옵니다. 동전만한 크기의 작은 공간에 8잎의 연꽃을 어떻게 조각할 수 있었을까? 어떤 망치와 정이 있었기에 그러한 섬세한 조각이 가능했을까? 돌조각 최고의 걸작품을 보는 느낌입니다.

 

처마와 막새기와가 많이 깨져 나갔습니다.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철감선사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열반에 들고 승탑에 사리를 안장하였지만 그의 뛰어남은 입에서 입으로 멀리까지 갔나 봅니다. 탑의 한 조각이라도 베개에 넣어두면 뛰어난 아들을 낳는다고 하여 너도나도 떼어갔다 합니다. 하여간 그 아들이 뭔지.

 

승탑비는 마주 보고 있습니다. 거북의 앞쪽 오른발에 새겨진 석공의 여유에 미소가 솟아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어설픈 설명이 아름다움을 훼손할까 두렵습니다.

 

승탑과 비를 만나러 가는 길도 품격을 갖추었습니다. 길은 완만하고 멀지 않습니다. 담양 소쇄원 닮은 대나무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있고, 하동 화개 야생차밭의 싱싱한 향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조선의 바리스타아니 티 소믈리에였던 초의선사의 시 앞에 잠시 걸음을 멈추셔도 됩니다.

내려오시다가 호성전 뜰 앞 잣나무 아래서 거닐어도 보고, 보물 제1726호인 지장전의 시왕상 단청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올해는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잔설(殘雪)이 오래갈 듯합니다. 마음이 따뜻한 수다줌마의 화순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 쌍봉사로 오십시오. 대웅전 가섭존자의 염화미소에 마음이 포근해질 것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아궁이 속 군밤과 더불어 아껴두렵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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