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아노미와 문화지체

성폭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 더욱 확고히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14/01/17 [17:22] 글자 크게 글자 작게

2014년 아노미와 문화지체

성폭력 범죄에 대한 경각심 더욱 확고히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14/01/17 [17:22]
최근 신문 사회면에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보도됐습니다.

“지난해 봄 60대 한 남성은 공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어린이가 인사를 하자 악수를 하자고 청했습니다. 어린이가 손을 내밀자 남성은 귀엽다며 손등에 뽀뽀를 했고 성적 수치심을 느낀 어린이는 자리를 피했습니다.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은 대낮에 사람이 많은 공원에서 성적인 목적을 가지고 그런 행위를 했겠느냐며 무죄를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건 이후 피해자가 친구들에게 이 남성을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등 성적수치심과 혐오감을 느낀 사실이 인정된다며 벌금 1천500만 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습니다”

이 뉴스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젠 옆집 이쁜 딸에게 이쁘다는 말도 못하는 세상이 되었구나”

“점점 삭막해져가는 세상이 되는구나?”

“맞아! 진작 저렇게 했어야 했어” 라는 개개인별로 많은 의견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같은 다양한 의견은 각자가 살아온 환경과 받아 온 교육, 개인적인 경험들이 다르기 때문이며, 뉴스에 충격을 받은 분이 있다면 그것은 소위 ‘아노미’ 현상 때문일 것입니다.

아노미 현상의 사전적인 의미는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기존의 규범이 무너지고 새로운 규범이 확립되지 못하여 규범이 혼란한 상태’를 말 합니다.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던 유교주의, 대가족, 장유유서, 효도, 국가에 대한 충성 등 전통적인 개념들이 요즘 21세기 급격한 변화의 한국사회에서는 설 자리가 점점 잃어 가고 있으며 아직 확고한 무언가가 그 자리를 대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노미 현상’ 인 것입니다.

이번 사례는 과거 순박한 농촌 동네에서 이웃 집 놀러온 손녀들 예쁘다고 뽀뽀해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 당연시 되고, 오히려 미덕으로 통용이 되었을 터 인데, 이제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 주는 것입니다.

또한 문화지체라는 사회학적 용어도 있는데 그것은 과학 기술과 같은 물질문화의 변동 속도를 사람들의 의식이나 행동이 따르지 못하여 발생하는 부적응 현상입니다. 급격하게 변하는 법과 규범의 변화 속도에 비해 일반인의 의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처져 있는 현상을 말하기도 하지요.

이번 사례에서 피고인은 옛날 시골동네에서의 흔히 보던 할아버지가 놀러온 옆집 손녀딸을 예쁘다면서 쓰다듬어준 모습만을 생각하며 그런 행동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허용하던 과거의 규범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런 행위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엄격한 규범이 들어 선 것을 그 분은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아노미와 문화지체의 동시 발현입니다.

2008년 조두순은 초등학생인 나영이(가명)를 차마 형언할 수 없는 잔인한 방식으로 성폭행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를 울분에 차게 했고 이를 계기로 성폭력 처벌법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시행되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중 하나는 1953년 9월 형법 제정 이래 60년 만에 처음으로 성범죄에서 ‘친고죄 ’ 가 폐지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피해자의 고소 여부를 떠나 범죄자는 처벌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동, 청소년이 나오는 포르노물을 소지만 하고 있어도 과거에는 벌금형뿐이었으나 이젠 징역형도 가능합니다. 모든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피해자 국선변호사제도가 신설되어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남성’ 도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되었으며, 사람의 입이나 항문에 강제로 손가락이나 성기, 도구를 넣는 행위도 ‘유사강간죄’로 징역 2년 이상의 가중처벌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훔쳐보거나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공중목욕탕에 잠입하는 행위도 성범죄로 처벌받으며, 음주나 약물로 인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과거에는 형의 감경사유가 되었으나 이젠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같이 최근의 강력 흉악 성범죄에 대한 국민의 공분을 담아서 성범죄 처벌법이 더욱 강력해 지고, 법원에서도 과거와는 달리 무관용의 원칙에 의해 성 범죄자들을 엄벌에 처하고 있지만 아직도 국민들(특히나 ‘딸 가진 부모’)은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성범죄자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처벌과 영구적인 사회에서의 추방을 외치고 있습니다.

필자는 변호사로서 많은 범죄자를 변호해오고 있지만 무죄 입증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범죄 유형은 성범죄자들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범죄가 은밀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당사자 외에는 별도의 증인이 없는 사건에서 증거는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과 정황증거밖에 없지만 그 진술과 정황 등이 일단 범죄 혐의에 충분한 입증이 되면 그 것을 뒤엎을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하다 할 것입니다.

10명의 피고인이 유죄판결을 받으면 그 중 2-3명은 틀림없이 억울한 사람이라고 추측을 합니다만 더 깊이 살펴보면 이들도 앞서 언급한 ‘아노미’ 와 ‘문화지체’ 의 피해자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옆집의 딸이 예쁘다고 생각되시나요?

그러면 그 딸이 더 예쁘게 클 수 있도록 맘속으로 응원과 격려만 해 주세요.

법무법인 서성 대표 변호사 박근하.

Tel 02-3486-5803, E-mail lower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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