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선으로 질주하는 빗방울 따라 가슴 속을 갓 뛰쳐나온 시어들은 심장에 발길질을 해댄다
시야에서 희뿌옇게 멀어지다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달짝지근한 한 편의 시가 참으로 맛없음을 알고 나서 위로의 잔을 비운다
바람이 불고 그리움이 내리는 날 은빛으로 부서진 빗방울처럼 파편으로 나딩구는 시어를 좇아서 또 그렇게 맛없는 시를 쓸 것이다.
23. 3. 12 비가 와서 적당히 좋은 날에
간만에 비가 내린다. 천둥과 벼락에 맞은 시어들이 나뒹군다. 약 바르지 못한 피멍을 토닥토닥. 달달한 커피잔에 빠진 무언가를 건져 올린다. 맛없는 시 한 토막이다. 커다란 함지박에 주섬주섬 담아본다. 바람도 양푼으로 퍼오고, 짠 눈물도 떨궈 넣어 간 맞추고, 조물조물 무쳐서 색 바랜 추억도 고명으로 올려본다. 봄나물처럼 상큼하지도 않고, 영 맛이 없다. 마음에 단비가 내리고, 움트는 생명에 머무는 꽃의 입김은 향기롭다. 나직하고, 그윽하게 봄비로 부르는 나의 노래는 시가 된다. 그 맛없는 시가 ‘괘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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