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회상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23/03/03 [16:30]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어느 봄날의 회상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23/03/03 [16:30]

 

  © 화순매일신문

 

만물이 소생한다는 우수의 절기를 마중 나온 매화

발그스름 수줍은 꽃봉오리 입에 물고 나비 춤추네요

 

성격 급한 별꽃 베시시 미소 틔우고

돌담에 기대여 앙증맞게 피어난 걸 보니

세월을 잡아두고 싶어집니다

 

봄꽃 향기가 문풍지를 뚫고 코끝을 스치면

더욱더 목마른 갈증

수많은 인연 보고픈 봄날엔

목줄을 타고 흐릅니다

 

지난겨울엔 경전을 한귀절 되뇌고

앞산에 돌탑들을 쌓으며

산중에서 쇠북 소리 대신

크고 작은 무명의 돌들이 부대껴 아우성처

울부짖는 소리에 맞추어

한땀 한땀 올려져 완성되는 성전에

조그만 희열을 느낌으로 체득하면서

긴 터널의 겨울이

세월의 강을 건너갔어요

 

암묵적(暗默的)으로

심신을 붙잡아도

무심히 흐르는 초침의 자박자박 걸음걸이는

멈출 수가 없나 봅니다

 

이젠

오늘 이란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보내려

투명한 생수 한잔으로

인생의 갈증을 혈관 속으로 밀어 넣고

나와

모든 이들의 삶에

안녕을 위하여

잠시 낮게 드는 바람에 고개 숙여 봅니다.

 

2023. 02. 따순 바람에 마음 풍경 스케치해봅니다.

 

 

  © 화순매일신문


봄바람에 가득 실려 온 설렘이 있다. 묵은 감정들을 툴툴 털어내면 먼지가 되어 날아가기도 하고, 꽃이 되어 피기도 한다. 칙칙한 풀꽃도 고운 임 얼굴이고, 싸한 바람도 상큼한 봄기운으로 파고든다.

 

눈길 가는 곳마다 그윽한 그리움이 피어나고, 만나는 이마다 안부를 물어주는 봄바람은 움틈으로 신나 한다. 덩달아 모든 이가 웃는다. 봄은 그렇다.

 

중천에 해가 떠 오면, 넓은 담벼락에 등을 딱 대고, 두 눈을 감아보면 안다. 그 따스함이 얼마나 달달한지.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 강아지 짖음과 새소리도 들린다.

 

웅성웅성 바람이 스치는 소리에 깜짝 놀란 돌 구르는 소리, 그 소리에 놀란 마음은 임 마중 나간다.

 

박현옥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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