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의회 집행부 산하기관? 전락하나

화순군 각종 사업 속도전에 의회 박수로 화답
주민의 눈과 귀인 의원인지 군 직원인지 모호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23/04/04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화순군의회 집행부 산하기관? 전락하나

화순군 각종 사업 속도전에 의회 박수로 화답
주민의 눈과 귀인 의원인지 군 직원인지 모호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23/04/04 [08:01]

화순군의회가 주민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특히 의원인지 군 직원인지 모호하다는 지적도 적잖다. 불과 9개월 전 주민들의 귀와 입이 되겠다고 표를 호소했지만, 의정활동을 보면 누구를 위한 의회인지 눈을 의심케 한다.

 

9대 화순군의회는 지난해 7월 개원한 뒤 9개월여가 흘렀다. 258회까지 총 5차례의 정례회와 임시회를 치렀다. 5차례의 회기엔 예산심사부터 행정사무감사, 업무보고까지 여러 종류의 회의를 경험했다. 문제는 회기를 거듭할수록 초선의 패기와 재선의원들의 관록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무기력을 넘어 무능한 모습만 눈에 띈다.

 

1113억원의 추경안을 심사한 제258회 임시회에선 0,089%1억 원을 삭감했다. 사실상 원안가결로 집행부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앞서 지난해 추경과 본예산까지 몇 차례의 예산심사에서 삭감 예산이 1%를 넘어선 적이 없다.

 

민선 8기 들어 화순군은 각종 사업 추진을 위해 토지부터 건물까지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속도를 내는 반면 의회는 마냥 박수로 화답하는 모양새다. 일부 사업은 토지와 건물 매입 등에 소요되는 예산으로 추가 청구서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그런데도 심도 있는 논의와 치열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어 의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국비 사업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야 한다는 집행부의 논리에 의원들은 번번이 동조하거나 침묵으로 찬성의견을 표출했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의 침묵은 동조나 찬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회기에도 수백억 원에 달하는 토지매입과 각종 사업 예산 등이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통과됐다. 집행부에서 수백억 원의 예산을 쉽게 올리는 것 자체가 의회의 무능을 간파한 것으로 비칠 정도다.

 

군수 공약 꼬리표를 단 예산은 급행열차?를 탄다. 군수 공약이면 어떤 예산이나 정책도 우선적으로 의회의 문턱을 넘고 있다. 의회는 위험 요소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숙고와 검증에 나서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안타깝다. 많은 예산을 삭감하는 것이 최선이거나 잘한 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찜찜한 뒷맛을 남기거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사안까지 눈을 감는다면 의회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만 키울 뿐이다.

 

일부 의원들이 그나마 사업 추진에 우려를 내놓지만 엄포형 우려에 그치고 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동료 의원들을 설득시키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는 곳. 소수 의견에 그칠지언정 소신 있는 주장과 논리로 치열한 토론을 유도하는 모습이 없는게 지역정치의 미래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

 

주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노력하는지도 의문이다. 특정 사안을 처리하는 과정에 앞서 의견조율이란 명목으로 정회가 일상화되고 있다. 정회 땐 누가 무슨 발언을 했는지 회의록에 남지 않는다. 정치인이 익명 뒤에 숨겠다는 의도로 비친다. 부끄러운 정치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닻을 올린지 9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의회에서 이같은 상황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상당수 의원이 대의기관 일원으로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칫 화순군의회가 집행부의 산하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위해 구성됐다. 주민들은 집행부의 견제와 감시를 위한 지방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의원을 뽑았다. 주민들은 의원을 뽑았지, 집행부 직원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의원이 화두를 만들거나 이슈를 끌어내기는커녕 주민의 충실한 귀와 입이 아닌 집행부만 쳐다보는 신세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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