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읽은 책 <글쓰기의 전략>이 생각난다. “우리의 옛말에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글을 쓰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현실문제를 금방 해결 받고 싶었다. 목차, 6장, 에필로그, 프롤로그 순으로 <쓰려고 읽습니다>를 단숨에 읽었다. 그동안 제대로 읽고 있었는지 돌이켜 보기 위해서다. 쓰기가 힘든지도.
예전에는 불안에 휩싸여 읽기만 하는 급급한 삶이었다. 읽었던 권수를 자랑삼아 출력 없는 입력만 한 셈이다. 스펀지처럼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생각 없는 독서’를 할수록 목마름이 다가왔다. 어딘가에 느낀 점을 남기고 싶었던 것.
요즘은 ‘쓰기를 위한 읽기’를 한다. 그저 맹목적인 독서가 아니다. 쓰려고 읽는다. 직접 만나지 않은 작가는 이 책을 어떤 의도로 표현하려고 했을까 하며 읽어내려간다.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법의학자가 사인(死因)을 밝히듯 결연한 마음으로 말이다.
책에 나를 맞추었던 삶에서 내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책부터 찾아 읽고 있다. 그야말로 저자 이정훈이 말하는 ‘주체적인 공부’를 하는 중이다.
“당신을 막아서는 일이 그 무엇이든 어렵다고 말하지 말고 ‘익숙하지 않다’라고 하세요. 낯섦은 반복만으로 쉽게 해결됩니다. 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단지 읽기만큼의 경험이 없어서입니다.” 본문 299쪽에서
책은 내게 속삭여주었다. 무엇이든 어렵다고 말하지 말란다. 그것은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배추도 곰삭는 시간이 필요하듯 말이다. “글의 구성과 글쓰기는 어려운 게 아니라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 것일 거예요. 단지 경험이 없어서 일 겁니다.”라고 속상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듯 위로가 되는 문장이었다.
그동안 책을 읽는 데만 그쳤다. 앉아서 하는 여행만 했다. <쓰려고 읽습니다> 표지 뒷면에 이 말이 한눈에 띈다. “추상에서 구체로, 관념에서 실체로”
글쓰기가 어려웠던 이유를 찾았다. 주체적인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만 했으니 글쓰기가 힘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익숙하지 않아서. 감성적인 내가 추상적인 이야기를 객관적 시선으로 담아야 하기에 그렇다.
쓰기와 읽기는 하나로 봐야 한다. 삶에서 쓰기를 실천 중이다. 처음은 문장을 필사했다. 다음은 문장 아래에 짤막한 생각을 적어가기 시작했다. 작은 행동은 돌이켜보니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씨앗이 되었다.
책을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을 하며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저자 이정훈은 <책과 강연>의 대표 기획자로 ‘추상에서 구체로’, ‘관념에서 실체로’를 주제로 실체가 있는 브랜드를 기획하며 자연스럽게 쓰기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 “잘 쓰려면 인간은 반드시 목적 있는 읽기를 해야만 한다”고 한다.
‘왜’ 읽느냐가 중요하다. 쓴다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언어를 찾는 일이다.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보고 서로 잇는 힘이 있기에 그렇다.
목적 있는 글쓰기를 위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을 힘쓰는 이들에게 권한다.
▲김민지 문화평론가의 글은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저작권자 ⓒ 화순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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