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품격을 묻다

어버이날 행사마저도 정치행사로 이용?

김재근 객원기자의 맛담멋담 | 기사입력 2023/05/12 [14:46]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정치인의 품격을 묻다

어버이날 행사마저도 정치행사로 이용?

김재근 객원기자의 맛담멋담 | 입력 : 2023/05/12 [14:46]

  © 화순매일신문


어버이날
, ‘희로애락애오욕중 노(), 즉 분노의 감정이 두드러졌다.

 

지난 8일 화순군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 적벽실에서 어버이날 행사가 있었다. ‘어르신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 사회복지법인 화순노인복지센터 요양원에서 주관했다.

 

어르신들을 위로하는 잔치라고 소개를 받았다. 그러나 내용을 보니 정치인 자화자찬 행사에 불과했다.

 

행사장 입구부터 거슬렸다. 입구 탁자에 놓인 명찰, 불편한 몸을 부축받으며 들어서는 어르신, 지역별로 구분해 놓은 자리, 참석자를 확인하는 모습... 동원된 느낌이랄까. 자연스럽지 않았다.

 

행사라는 것이 으레 그러하니 그렇다 쳤다. 내용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 기대도 잠깐 한참을 헷갈렸다. 선거 유세장을 잘못 찾아온 줄 알았다. 신정훈 국회의원, 전남도의원, 화순군의원이 대거 참석했다. 아름다운 일이 아니어서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군수와 군의회 의장은 해외 출장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사단법인 대표의 인사말은 인내심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묻는 듯 길고 지루했다. 마지못해 끌려온 듯한 어르신들은 연사의 말에 집중하지 못한 채 행사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신정훈 나주·화순 지역구 국회의원의 축사가 이어졌다. 의정 보고회로 착각을 하셨나? 지팡이 짚고, 휠체어 타고, 부축받고, 허리 구부리고 힘들게 오신 분들을 어버이날이라고 한곳에 모으고, 자랑을 길게 늘어놓는다.

 

이게 꼴불견(?)이었다. 양곡관리법을 열심히 준비했고, 삭발 투쟁도 했는데, 대통령이 반대해 못했다고 그래서 나쁘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게 그렇게 중요하고 훌륭한 정책이라면 용산에서 머리 밀고 계속 투쟁이나 할 일이지 여긴 뭘 하러 왔단 말인가. 귀한 시간 아깝지도 않은가.

 

열심히 할 테니 적극 지지해달라는 말로 장광설을 맺었다. 진행요원은 혹시라도 박수 소리 작을까 봐 유도하는 열성을 보였다. 눈물겹게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할 말을 다 마쳤던지 박수받으며 곧바로 행사장을 떠났다. 당당하게 웃음 가득 머금고. 도의원, 군의원들도 뒤이어 따라 나갔다. 미안한 마음 하나 가지지 않은 태도로.

 

그들의 참석과 축사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설사 그것이 거짓된 행위라도, 군민을 사랑하는 듯한 어른을 공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반길 일이다.

 

다만 참석했다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예의다. 멀리서 끌려서 힘들게 오셔서 자기 말 들어 주어서 고맙다고, 행사가 끝났을 때 출구에서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떠나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을 담아 양해를 구하고 조용히 떠나는게 예의 아닐까.

 

행사장에서 백아면까지 한 시간 거리다. 오고 가는 시간만 두 시간이다. 표정을 살폈다. 지쳐 보였다. 그 멀리서 몸이 불편한 분들 데려다 놓고 뭐란 말인가. 어버이날을 핑계로 힘없는 노인들을 농락한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화순매일신문


차라리 이런 말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화순 전남대학교 병원을 연결하는 경전철 사업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화순군은 전라남도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가 지나가지 않는 지역이다. 경전선 고속철도에서도 소외되었다. 역량이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 부족함을 알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

 

오래전 정치학 강의 시간에 배웠던 경구(警句)가 생각난다. “나쁘다 나쁘다 해도 정치하는 사람보다 나쁜 사람은 없다. 선거는 여러 나쁜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덜 나쁜 사람을 뽑는 행위다.”

 

정치란 바를 정() 다스릴 치(),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러하니 그에 어울리는 품격도 있을 듯하고. 한마디로 단정하긴 쉽지 않지만 그건 인간에 대한 존엄이 아닐까 싶다. 아이와 노인은 이용의 대상이 아니다. 보살핌의 대상이다. 이번 일도 그러하다. 사람에 대한 기본적이 예의가 있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정훈 의원을 예의 없는 정치인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양심이고 지성이라 여긴다. 그러하기에 군민이 뜻을 모아 주었을 것이다. 기대도 크다. 그래서 묻는다. 정치의 품격이 어디쯤에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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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로효친 2023/05/12 [15:29] 수정 | 삭제
  • 기사를 읽고나니 차라리 속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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