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 다 씻기면 하얀 철쭉만 필 것이여”

학생·시인·정치인 한마음 제26회 백아산 6.25 희생자 위령제

김재근 객원기자의 맛담멋담 | 기사입력 2023/05/09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이 다 씻기면 하얀 철쭉만 필 것이여”

학생·시인·정치인 한마음 제26회 백아산 6.25 희생자 위령제

김재근 객원기자의 맛담멋담 | 입력 : 2023/05/09 [08:01]

  © 화순매일신문


26회 백아산 6.25 희생자 위령제가 지난 4일 백아산 마당바위에서 열렸다.

 

백아산은 해발 810m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험준(險峻)하고, 골짜기가 많다. 무등산과 지리산을 막힘없이 조망할 수도 있다. 과히 유격 활동을 펼치기에 천연의 요새라 할 수 있다. 이런 지리적 특성으로 6·25 전쟁 이전부터 빨치산이 자리 잡았고, 군경 토벌대와 격전이 끊이지 않았다.

 

빨치산 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백아산을 백운산, 지리산과 함께 3대 성지로 받든다. 조선 노동당 전남 도당 본부와 빨치산 전남 총사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 지역 빨치산은 194610월 항쟁 이후 생긴 인민 유격대가 시초다. 여순사건과 극심한 좌익 탄압으로 입산하는 사람이 늘면서 점차 강력한 무장력을 갖추게 되었다. 화순 은 1946년 화순 탄광 노동자들로 조직된 좌익 세력이 막강한 곳이었다. 험준한 산악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이 더해져 치열한 격전의 무대, 비극의 땅이 되었다.

 

19509월 인천 상륙 작전 이후 조선 노동당 전남 도당이 백아산으로 들어가면서, 3년여에 걸친 공비토벌작전이 펼쳐졌다.

 

본격적으로 작전을 전개한 1950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밤에는 공비가 낮에는 토벌군이 쌍방에서 주민을 학살하였다. 주민들이 비협조적이라는 이유였다. 이때 천여 명 정도가 희생되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밀고 밀리는 치열한 소모전이 계속되다가, 종전 2년이 지난 19553월이 되어서야 끝났다.

 

10월 항쟁에서 여순 사건을 거쳐 6·25 전쟁에 이르기까지, 빨치산과 군경은 말할 것도 없고 민간인까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 화순매일신문


90
년대 들어 백아산 인근 주민들 사이에 이들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일었다. 1998년 백아면 청년회(당시는 북면 청년회)가 나섰다. 처음엔 회원들끼리 각출해 지냈다. 십여 년쯤 지나면서 예산을 지원받았다.

 

정상 매봉과 최대 격전지였던 마당바위 사이는 철쭉 군락지다. 약수터도 있다. 그곳에 제단을 조성하였다. 매년 5월 첫 번째 토요일이지만, 올해는 큰비가 예고돼 이틀 앞당겼다.

 

조주호 집례(사회)는 백아산의 아름다움과 철쭉나무를 보존하고, 아직도 안식처를 찾지 못하고 이산 저산에서 맴돌고 있을 고혼을 진혼하고, 면민의 안녕과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축관은 번영회 박흥환, 초헌관은 백아면장 조영균, 아헌관은 이장단장 조연호, 종헌관은 조영철이 각각 맡았다.

 

  © 화순매일신문


비가 날리고 바람이 거세고 추웠다. 위령제가 열리는 곳까지 한 시간 넘는 가파른 길을 올랐다. 제를 지낼, 나누어 먹을 그 많은 음식을 청년회 회원이 나누어 짊어졌다. 북면 중학교 최광희 교장이 교사와 전교생과 더불어 역사의 현장을 찾아 도왔다. 정연지 화순군의원이 박현옥 시인과 아픔을 되새겼다. 외롭지 않은 위령제였다.

 

백아산은 흰 백()에 거위 아(), '흰 거위 산'이다.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릴 때 흰 바위가 거위 날갯짓하는 것처럼 보여 그리 불렸다. 드러난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고 숨은 아름다움은 철쭉이다. 얽힌 이야기는 애달프다. 예전에는 핏빛이었다고 한다. 위령제 횟수가 거듭되면서 점차 붉은빛이 옅어져 가더니, 삼십여 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연분홍이 되었다고 한다. 간간이 흰 꽃도 보인다.

 

음복을 하며 덕담을 나눈다. “억울하게 죽은 넋들이 위로를 많이 받았나 봐. ()이 모두 씻길 때, 그때쯤이면 하얀 철쭉만 필 것이여.”

 

 

* ‘맛담멋담은 오늘을 살피어 내일을 다듬는, 화순(和順)의 산물(産物) 인물(人物) 문화(文化) 음식(飮食)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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