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의 아낙

박현옥 시인의 마음자락 | 기사입력 2023/05/01 [01: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노점의 아낙

박현옥 시인의 마음자락 | 입력 : 2023/05/01 [01:01]

텃밭에서 애써 가꾼 몇 가지 푸성귀가

오늘 팔 물건의 전부이지만

커다란 가로수 밑에 널찍하게

자리 깔고 앉은 젊디젊은 아낙네

 

따가운 햇살과 거친 바람을 피하기 위함보다는

초라함을 감추기 위한

챙 넓은 모자 아래로

흘러내리는 쓰디쓴 미소

 

흙 묻은 손 마디는

단장한 손톱보다 더 예뻐 보이고

화장기 없는 구릿빛 얼굴은

목단꽃처럼 화려하다

 

꽁꽁 동여맨 안 가슴 속

꿈틀거리는 꿈 자락에 매 놓은 내일은

오늘을 숨 쉬는 이유이겠지

 

잠시 멈칫하는 발끝에 머무는

휑한 바람에도

아낙은 웃는다.

 

탐미

 

해 질 녘이면 주섬주섬 하루를 챙기고, 피곤한 일상을 정리하는 발길은 분주하다. 그 발길에 차이는 시선 따라 웃고 웃는 아낙이 있다.

 

요즘엔, 그리 많지 않은 야채들을 그릇그릇 올려놓고, 오가는 시선을 붙든다.

 

예전엔 다 나눠 먹었던 정이었지만, 세월 따라 인심도 변하는지 모든 것은 돈이 먼저 계산되고 있어 조금은 말라 드는 인심에 마음이 쓰일 때도 있다.

 

아직은 나눌 인심이 푸성귀가 아닌가.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로 앉아 계시는 분도 볼 수 있지만, 정말이지 생활비를 벌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시들어 가는 야채를 볼 때는 조금 씁쓸함도 전해진다. 젊은 아낙의 분주한 손끝은 다른 마음이 남겨진다. 왠지 모를 안쓰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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