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로 신재 최산두가 유배살이를 했다. 중국 송나라 소식(蘇軾,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에서 이름을 따와 적벽이라 불렀다. 이후 내로라하는 시인묵객이 찾으면서 명소가 되어갔다.
국가 명승 112호이고, 화순 8경 중 제1경이다. ‘천하제일경’이란 애칭도 붙었다. 이를 두고 시비도 많았다, 더 아름다운 절벽도 있다면서. 인정한다. 하지만 산과 물과 바위와 하늘이 이처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은 찾기 힘들다. ‘천하제일경’이라 불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1973년 동복천이 광주시민 식수원으로 지정되어 노루목과 보산은 보호구역에 포함되었다. 광주광역시가 관리하면서 적벽 관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화순군은 지난해(2022년) 10월 31일 광주광역시와 「동복댐 수질개선 및 상생발전 협약」을 맺었다. 화순군이 진출입을 관리하게 되어 적벽을 즐기는 방법이 늘었다.
적벽을 얼마 두지 않고 전망대에 올랐다. 탁 트인 시야가 상쾌하다. 보산 적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출렁여야 할 물이 없다. 적벽 뿌리까지 보인다. 누렇게 바닥을 드러낸 동복호 바닥이 고래 입을 닮았다. 30년 만의 가뭄이라 했다. 제한 급수 이야기가 나온 지도 한참 되었다. 멀리 망향정이 노루목 적벽이 어슴푸레하다. 옹성산 정상은 안개인 듯 구름인 듯 자욱하여 하늘과 구분이 없다.
적벽 입구엔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通天門)이 맞이한다. 적벽관람은 노루목 적벽에서 망미정을 거쳐 망향정으로 오는 동선이다. 예전에는 10여 개 넘는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망미정과 송석정이 남아 있는데, 송석정은 관람 제한이다. 망향정은 댐 조성 당시 수몰민을 위해 세운 정자다.
사람 마음 참으로 간사하다. 가뭄을 걱정하고 제한 급수를 염려했던 생각은 벌써 잊었다. 동복호 물이 찰랑이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이 풍광이 더 좋다. 수십 년 물속에 감추어졌던 부분이 요염하다. 욕조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너머 뽀얀 속살을 닮았다. 최산두가 이름을 붙였을 당시도 이랬을 것이다. 달리 생각해보니 30년 만에 보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이 또한 행운일 수 있겠다 싶었다.
삿갓 김병연이 풍광에 반해 이곳을 세 번 찾았다. 이곳에서 생도 마감했다. 그가 지은 싯구는 지금도 회자한다.
“무등산이 높다 하되 소나무 가지 아래 있고, 적벽이 깊다더니 모래 위를 흐르는구나.”
적벽강이라고, 창랑천이라고도 불렸다. 댐 수몰 전 적벽강은 광주 사람들 유원지였다. 예전엔 놀이터로 지금은 상수원으로, 정말 아낌없이 주는 적벽이다. 역시 화순(和順)스럽다. 김삿갓이 세 번 찾을 만하다.
적벽 예약 버스 투어 첫날 첫차 개시를 해주신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이미경 안전요원께 고마움 전한다.
* ‘맛담멋담’은 오늘을 살피어 내일을 다듬는, 화순(和順)의 산물(産物) 인물(人物) 문화(文化) 음식(飮食) 이야기[談]다.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 <저작권자 ⓒ 화순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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