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활짝 핀다고 불만까지 사라질까

“행복은 비슷한 이유로 불행은 저마다 이유로”
배우 김성환, 군민행복 아카데미 개강식 특강

김재근 객원기자의 맛담멋담 | 기사입력 2023/03/29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꽃이 활짝 핀다고 불만까지 사라질까

“행복은 비슷한 이유로 불행은 저마다 이유로”
배우 김성환, 군민행복 아카데미 개강식 특강

김재근 객원기자의 맛담멋담 | 입력 : 2023/03/29 [08:01]

 

  © 화순매일신문


‘2023
년 군민행복 아카데미가 지난 24일 개강했다.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주관으로 3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다.

 

첫 강사는 전라남도와 화순군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탤런트 김성환이다. 1970TBC 10기 공채 탤런트로 출발하여 연기, 노래, 디제이까지 영역을 넓힌 만능 재주꾼이다. 그가 부른 인생은 아름다운 트롯 100곡에 선정되기도 했다. ‘즐거운 인생 이야기를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냈다.

 

60년생 쥐띠라고 나이를 농담처럼 밝혔는데, 진짜 10년은 더 젊어 보였다.

 

노래가 좋다고 본인을 가수라고 소개했다. 한 시간 반 동안 살아온 인생을 들려주었다. 말은 맛깔스러웠고, 노래는 흥겨웠고, 표정은 밝았다. 팬클럽 미팅 분위기였다. 그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기분도 감염되는지 하니움 만연홀을 가득 채운 300여 청중도 즐거움에 퐁당 빠져들었다.

 

탤런트 시험 이야기로 시작했다. 약장사와 뱀장사 흉내로 심사위원을 웃겼다. 3,50012의 경쟁률을 뚫고 남자 1등으로 합격했다.

 

고생 시작이었다. 고향 군산에 있는 아버지가 호적을 파버린다고 했다. 공부하라고 서울 보냈더니 못된 것이나 한다는 이유였다. 매달 4,000원씩 보내주던 생활비를 끊었다.

 

먹고 살기 위해 죽기 살기로 했다. 서울말을 써본 적이 없어 전라도 사투리만 썼다. 시체, 행인 3, 국군 4, 인민군 5 같은 대사 없는 배역만 주어졌다. 이것만으로 첫해에 최다출연자상을 받았다. 선배들이 그를 원해서다. 언제나 촬영장 분위기를 즐겁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 어찌 삶의 굴곡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이야기와 노래를 부르는 내내 행복해 보였다. 즐거운 이유는 단순했다. 즐겁게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문득 행복에 생각이 멈췄다. 화순군정 슬로건이 화순을 새롭게 군민을 행복하게. 그 행복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족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설 <안나 카네리나>의 첫 문장이다. 톨스토이가 무슨 생각으로 이 말을 썼든 공감이 간다. 두루두루 부족함이 없어야 행복하다고 여긴다. 그러니 비슷할 수밖에 없다. 불행은 다르다. 어느 것 하나만 부족해도 바로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 말을 이렇게 바꾸어 보았다. “행복한 군민은 다 비슷하지만 불행한 군민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행복하기는 어렵고 불행해지기는 쉽다.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 아니라 불만이다. 불행은 한순간에 찾아오지 않는다. 늘 불만을 늘어놓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불행과 친해져 버리는 것이다. 마치 천천히 늪에 빠지는 것처럼.”

 

카피라이터 정철이 그의 책 <머리를 9하라>에서 한 말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행복의 사전적 정의가,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아니던가.

 

구복규 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정책을 이야기했다. 중심은 축제였다. 고인돌 공원에서 해야 하는 이유를 특별히 강조했다. 세계유산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6만 평에서 유채가 잘 자라고 있고, 70만 평 유적지에는 3년간 튤립, 수선화, 구절초 등 다년생 화초를 심을 계획이라고 한다.

 

화순천 꽃강길 조성, 이양 홍수조절지 파크골프장 건설, 적벽 관광도 언급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군민을 행복하게 하는 일에 그것이 제일 중요했을까. 관광을 위한 꽃동산 조성과 개발도 중요한 요소일 수 있겠으나 그것이 전부여서는 안 된다 여겨졌다. 더욱이 이러한 사업이 군민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지 않은가. 불만 느낄 수 있는 사람도 분명있을 것이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조건부터 살피려는 고민도 같이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못내 마음에 걸린다. 꽃이 활짝 핀다고 불만까지 사라진다고 믿는 건 아니었는지.

 

꽃구경도 식후경이다. 군 행정을 널리 알리는 것도 좋지만 외로움은 위로하고 아픔은 감싸 안겠다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더 중요한 자리는 아니었을까.

 

* ‘맛담멋담은 오늘을 살피어 내일을 다듬는, 화순(和順)의 산물(産物) 인물(人物) 문화(文化) 음식(飮食) 이야기[]. 네이버 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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