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고, 살아지다’

최옥수 사진전, 남도의 추억 속으로 30년 시간 여행

김민지 문화평론가의 방방곡곡 | 기사입력 2023/03/23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라지고, 살아지다’

최옥수 사진전, 남도의 추억 속으로 30년 시간 여행

김민지 문화평론가의 방방곡곡 | 입력 : 2023/03/23 [08:01]

사진이 발명되고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200여 년 전 조상들은 영혼을 뺏어 간다고 믿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 그대로 현상되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스마트폰은 모두 사진가로 만들었다. 디지털과 사진의 결합으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찍는다. 그만큼 사진은 쉽게 접할 수 있다. 팔을 길게 내밀어 스스로 찍는 것과 동영상 촬영을 종종 본다. 스마트폰 앨범은 추억으로 가득하다.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다. 여행지에서 찍은 풍광을 보며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사진사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사진은 귀했다. 필름통과 흑백 사진이 주는 감동은 삶 그 자체다. 현상될 때까지 기다림 또한 묘미다. 초점이 흔들리기도 하고 덮개가 열려 모든 사진을 송두리째 잃기도 한다. 필름을 통해 소중한 순간을 간직했다.

 

1970년대부터 어깨에 카메라 둘러메고 전라남도를 거닐며 삶을 담았다. 차가 귀했던 시절이라 버스로 방방곡곡을 누볐다. 작가 최옥수는 1955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고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7~1997년 금호 문화재단 월간 금호문화사진기자. 2003년부터는 대동문화재단 대동문화사진 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사람은 그늘이 있어야 견딜 심도 있어 1990년대 초반_광주 학동  © 화순매일신문


<
사라지고, 살아지다>가 전시되는 광주시립사진전시관에 다녀왔다. 사진전 펼침막이 바람에 휘날린다. 할머니 뒷모습이 정겹다. ‘어여 와~’ 손짓하며 반갑게 전시관까지 안내해주시는 것 같다. 제목은 사람은 그늘이 있어야 견딜 심도 있어. 행여나 할머니를 놓칠까 봐 걸음을 서둘렀다.

 

일상의 기록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기성세대와 MZ 세대 간 소통 기회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남도의 풍경과 인물사진을 4개의 주제로 전시했다.

 

잊혀진 하루’, ‘떠오르는 얼굴’, ‘이어진 마음’, ‘사라진 땅과 바다.

 

잊혀진 하루는 예전 남도의 모습이나 시대의 변화, 산업화로 인해 잠시 잊고 지낸 풍광을 선보인다. 꼬들꼬들 채소 말리는 모습, 무더운 여름 냉수로 시원함을 달래줄 등목하는 모습이 보인다. 기차역은 이동과 만남의 장소였다. 역사의 뒤안길로 남광주역 푯말이 눈에서 오래 머문다.

 

 ‘떠오르는 얼굴은 사실주의를 생동감 있게 앵글에 담았다. 바늘귀에 실을 끼우는 어머니의 모습. 고기 잡으러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 주름 깊어진 어머니의 얼굴과 잊고 지냈던, 함께 분교 다니던 동무 모습. 유명한 작가들의 예술혼이 가득한 표정과 얼굴이 담겼다.

 

이어진 마음은 근대 역사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다. 향교, 전통혼례, 5·18 위령제, 마을 제사, 씻김굿, 사람을 이어주고 마음을 풀어주는 다양한 의례를 엿볼 수 있다.

 

사라진 땅과 바다는 발길을 붙잡는다. 생업의 터전이자 삶의 현장을 감상할 수 있다. 2장의 사진에서 발길이 계속 머문다.

 

▲ 꼬마 자전거 타고 어디까지 가보고 싶니 1990년대 전남 화순  © 화순매일신문


한 장은 운주사 이정표다. 중장터에서 화순읍으로 가는 방향이다. 이정표 아래 아이 셋이서 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다. 모락모락 아궁이 연기가 나고 식사 때가 되면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를 듣고 하나 둘 집으로 갔다. 모른 척하고 더 놀다가 들어가는 친구도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았는데 도심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가을에는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비석 치기, 말뚝 박기를 했다. 가끔 오빠 찾으러 오락실에 가곤 했다. 동전을 넣으면 신나는 음악과 게임이 시작되었다. 여름에는 빨간 고무 대야에서 물놀이를, 겨울에는 반들반들한 비료포대에 구멍을 뚫어 썰매를 탔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신났지만 어른들은 미끄러지지 않게 연탄재를 뿌려 놓았다.

 

지금의 운주사만 봤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지어 볼 수 있게 했다. 천불천탑 운주사 일원에 사계절 아름다운 테마 경관 조성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라나는 세대들은 어떤 모습을 기억하게 될지 궁금하다.

 

▲ 아빠 오늘도 무사히 안전하게 작업하세요 1990년대 초반 전남 화순 복암갱  © 화순매일신문


또 한 장은 광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백 년 넘게 경제의 버팀목인 화순의 탄광을 지킨 사람들이다. 1930년대 중반 화순광업소를 개광(開鑛)하여 생산하였다. 석탄 증산정책이 추진되었다. 연탄은 따스함을 주는 연료 중의 하나였다. 아쉽게도 현대화, 도시화로 인해 석탄 수요가 줄어들다가 IMF 경제 위기에 사랑을 한 몸에 받았었다. 다양한 대체 에너지를 사용함에 따라 폐광(廢鑛)에 이르렀다.

 

올해 6월께 폐광될 거라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눈가가 촉촉해진다. 각 가정의 가장인 광업소 종사자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책임감 있는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따스한 땅, 남도에 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발길 닿는 곳 어디나 화려하여 마음이 설렌다. 같은 곳이라도 세월 따라 삶의 모습이 달랐다. 부모님 세대가 젊음을 보낸 그 시절, 우리가 철없이 뛰놀던 3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봄꽃 나들이 겸 옛 풍광을 만나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상상력도 멋진 체험이다. 전시 마감일 326일까지 며칠 남지 않았다. 옛 추억을 되살리며 목련, 매화, 진달래, 개나리 향기에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민지 문화평론가의 글은 네이버 블로그(mjmisskorea) ‘애정이 넘치는 민지씨에서도 볼 수 있다. 방방곡곡은 다양한 책과 문화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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