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시작되었다

김재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3/04/22 [14:54]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축제는 시작되었다

김재근 객원기자 | 입력 : 2023/04/22 [14:54]

빌 축() 제사 제() 제사를 지내며 빌다. 축제의 본래 의미다. 요즘에는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라는 뜻이 더 강하다.

 

2023년 화순 고인돌 축제가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화순고인돌유적지 일원에서 열린다. ‘봄꽃과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이라고 한다.

 

화순군은 8기 군정 출범과 함께 이 행사에 온힘을 쏟고 있다. 처음 내세운 주장이 관광객 연 500만 명 유치였다. 화순천 꽃강길 사업 출범이 먼저 있었지만 고인돌 축제를 그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맞을 것이다.

 

화순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축제의 성공을 기원한다. 하지만 우려도 깊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화순군 축제를 두고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말은 없을 듯하다. 군정 수반이 바뀔 때마다 축제도 따라 변경되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남산 국화축제가 실례다. 다년간 계속되면서 명성을 얻었다.

 

필자 역시도 서울에 살 때 남산 국화축제는 꼭 찾았다. 다른 지역과 달리 화순의 매력이 넘쳤다. 시내 한복판에 아담한 넓이 나지막한 높이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좋았다. 무등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풍광은 가을 하늘과 멋지게 어울렸다.

 

가능하면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이라 불리는 오일장날에 맞추었다. 시장 국밥 골목 돼지국밥 한 그릇에 몸도 마음도 따스했다. 시장 구경도 좋았다. “광주에는 이렁 거 읍써, 화순에나 옹께 있제.” 가을 들녘 닮은 할머니의 넉넉한 미소와 함께 담아왔던 들깨 한 줌 콩 한 되의 추억도 이젠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사치가 되었다.

 

고인돌 공원으로 축제 장소를 옮길 때 내세운 이유 중 하나가 지역 경제와의 연관성이었다. 남산 축제의 문제로 꽃은 화순군에서 보고, 밥은 담양군에서 먹는다는 논리였다. 만약 이 주장이 맞는다면 축제 장소를 옮길 것이 아니라 화순의 먹을 거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했어야 옳다. 더욱이 고인돌공원으로 옮기고 나서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 보인다.

 

축제의 주제도 선명하지 않다. 세계 유산인 고인돌인지, 아니면 봄꽃이지 모호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운영상 문제도 드러냈다.

 

구복규 군수는 324일 개강한 ‘2023년 군민행복 아카데미인사말에서 고인돌 공원에서 축제를 하는 것은 세계유산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있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개막식은 고인돌 공원에서 개최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대규모 행사다. 관객 수만큼의 사진도 영상도 에스앤에스(SNS)에 오를 것이다.

 

소모성 축제라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유채는 차치하고서라도 너른 들녘에 심은 조형물과 일회성 꽃이다. 이들의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 이후 다년초를 심겠다는 발표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준비기간 시내를 온통 도배하다시피 한 현수막은 난제를 낳았다. 본보 321일자 사회면 고인돌 축제 홍보 현수막 넘실’”이란 기사에서 지적하듯 화순군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무법지대가 되어 버렸다.

 

문제는 축제 이후다. 사계절 축제를 추진한다는 구상이어서 지금의 모습을 일년 내내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게다가 일반인이 불법 현수막을 내걸어도 단속할 명분을 스스로 져버렸다는 지적도 있다.

 

모든 일에는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 모두가 흥겨울 수는 없다. 무엇을 빌어야 할지, 무엇을 축하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볼 일이다. 드러난 문제는 해결해야 하고 소외되는 사람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화순 군민의 단합을 위한, 인구소멸에 대비한 관광객 500만 시대를 예고하는 힘찬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 고인돌 축제가 화순을 나아가 전국을 대표하는 모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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