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좀비일지 몰라

2022 ACC 콘텍스트 <좀비 주의(Attention! Zombies)>

김재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3/02/08 [08: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나도 좀비일지 몰라

2022 ACC 콘텍스트 <좀비 주의(Attention! Zombies)>

김재근 객원기자 | 입력 : 2023/02/08 [08:01]

티브이(TV) 만한 쾌락의 도구도 흔치 않다. 문화의 종합선물세트라 부를 만하다. 마주 앉아 웃고 울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바보상자라고 불렀던 것이 미안할 정도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블로그를 찾는다. 인스타그램도 넘본다. 글을 올리고 이웃도 방문한다. 습관처럼 공감을 누르는 게 많아졌다. ​

 

좀비(zombie). 살아있는 시체를 뜻한다. 서인도 제도 원주민의 미신이다. 부두교의 제사장들이 마약을 투여해 되살려낸 시체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중국에도 비슷한 게 있다. 강시(僵屍)다. 이것을 다룬 영화도 국내에서 꽤 상영되었다. ‘전소호’라는 강시 전문 배우도 있다.

 

최초의 좀비 영화는 1932년에 미국에서 제작되었다. 벨라 루고시의 ‘화이트 좀비(White Zombie)’다. 이후로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이 바뀌어 갔다. 우리나라엔 ‘부산행’이 있다. 2016년에 개봉하여 천만 관중을 넘었다. 부산 가는 열차 안에서 좀비들이 펼치는 액션이다.

 

  © 화순매일신문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에서 시대별 좀비를 만날 수 있다. 그것이 상징하는 바를 고찰해 볼 수 있는 전시다. 2022 ACC 콘텍스트 <좀비 주의(Attention! Zombies)>, 이달 26일까지 이어진다. 여기서 ‘주의’는 어텐션(Attention)임을 주목하자. 민주주의(主義)같은 굳게 지키는 주장이나 방침이 아니다. 주의(注意) 사항처럼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을 뜻한다.

 

좀비는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여러 모습으로 등장한다. 공통점은 있다. 귀신이라기 보다는 노예에 가깝다. 본래의 의미인 육체적으로는 죽었지만 움직이는 시체가 아니다. 살아 있지만 타인의 지시나 환경에 순응하며 자신의 의지가 없는 자들이다. 오늘날의 좀비는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부는 ‘아시아 – 좀비 연대기’다.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등장했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 시대의 상징이다. 인류의 욕망이 만들어낸 존재로 산업화 시대는 노동착취가, 6~70년대는 인종차별과 자본주의가 창조자이다. 역사의 주요 사건들과 대중문화을 연결시켜 보여 준다. 쉽게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다. 

 

2부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다. 지금 여기 시체에 가까운 사람이 너무 많고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한국, 일본, 대만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들이 14점을 출품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삶, 죽음, 욕망, 두려움 등을 표현했다. 생활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위험하니,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모든 작품은 이렇게 묻는 듯하다. “너는 누구니? 어떻게 사는 거야?” 그러면서 경고한다. “조심해, 너도 좀비일 수 있어.”

 

현대무용안무가 김봉수의 ‘웹 팬데믹’이 오래도록 발길을 붙들었다. 5분짜리 짧은 영상이다. 메시지는 강렬했다. 미디어의 발달이 우리를 윤리보다는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움직이게 만들었다. 가짜 뉴스는 에스앤에스(SNS)라는 경로를 통해 빅데이터(big data)라는 무기를 제멋대로 휘두른다. 진실을 전한다는 본래의 목적은 사라졌고, 한쪽으로 치우친 왜곡된 추종만을 강요한다. 우리의 모습도 좀비와 다르지 않느냐고 묻는다.

 

혹시 이런 것이 내 모습은 아닌가.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부터 연다. 잠시라도 떨어지면 불안하다. 습관처럼 좋아요를 누른다. 길을 걸어도 차를 타도 온통 광고다. 생각할 일이 점점 사라진다. 트렌드에 충실한 나만 남는다. 거부하면 유행에 뒤처진 듯 편치 않다.” 요즘 좀비의 모습이다.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이러다가 나도 좀비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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