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는 ‘일본’ 군의원은 ‘동남아’ 텅텅 빈 사령탑

17년 만의 폭설, 막히고 무너져도 제설작업 더뎌

김재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12/28 [10:13]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군수는 ‘일본’ 군의원은 ‘동남아’ 텅텅 빈 사령탑

17년 만의 폭설, 막히고 무너져도 제설작업 더뎌

김재근 객원기자 | 입력 : 2022/12/28 [10:13]

 

  © 화순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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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만의 폭설이라 했다. 도로가 막히고 비닐하우스가 주저앉고 축사가 무너졌다.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도 이어졌다. 눈 그치고 4일째, 차도는 얼음으로, 인도는 눈으로 여전히 미끄럽다. 운전자와 주민이 애를 먹는다. 불편한 건 주민 몫이다. 골몰길을 쓸고 인도를 치우고 도로를 정리한다.

 

겨울 햇살은 한 줌이라도 축복이다. 그 많던 눈이 햇볕에 녹아 많이 줄었다. 화순군 제설작업의 기본방침은 친환경인 듯하다. 다른 의미의 햇볕정책이다.

 

생활에서 느끼는 제설작업은 느슨했다. 어제(1227) 본보(本報), “화순군 직원들 제설작업 비지땀’”이란 제목으로 제설작업 관련 기사가 실렸다. 분위기가 사뭇 달라 다른 지역 기사로 착각할 뻔했다.

 

지난 22일부터 25일까지 제설기와 굴삭기 덤프트럭 등 중장비 429대를 제설작업에 투입하였다고 했다. 군 직원들이 22~24일까지 야간 비상대기에 나서는 등 밤낮없는 제설작업에 구슬땀을 흘렸다는 말도 있었다.

 

도로의 정상화를 위해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4~25일에도 휴일을 반납하고 제설기와 굴삭기 등 중장비뿐 아니라 트랙터까지 동원했었나 보다. 이른 시일 안에 모든 도로가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화순군 관계자의 발표도 실렸다.

 

아쉬운 점은 작업에 참여한 군 직원의 상세한 숫자가 없었으며,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술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 정도라도 눈이 치워진 건 순전히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의 노고 때문인 것 같다. 고마움 전한다.

 

이런 보도도 있었다. 인터넷 신문 더팩트이달 26일 자 전라 광주권 뉴스에 화순 곳곳 폭설에 무너지고 막히고... 군수·군의원들은 해외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화순군에 17일부터 23일까지 53cm에 가까운 눈이 내리면서 시설하우스가 무너져 내리고 교통이 마비되는 피해가 속출했지만, 군수를 비롯한 군 의원들은 일본과 베트남으로 연수를 떠나 컨트롤 타워 부재로 제설작업이 더뎌 군민들이 분노한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22일에는 군내 상습결빙구간과 주요 도로변 일원에 사전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너무 소홀하지 않았냐는 비판도 제기됐다고 했다. 앞서 뉴스에서 언급한 화순군 관계자의 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폭설로 동면 무포리 운농리 육묘장과 축사 일부가 파손되는 등 9곳 농가의 시설하우스 피해와 축사 6 농가 1,002면적이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22일부터 군수는 귀농·귀촌인들과 함께 농정견학을 위해 일본으로, 군의원과 민주평통 자문위원 등은 베트남으로 안보 현장 견학을 갔다고 했다. 해외로 떠난 22일은 이미 광주전남지역에 온종일 폭설이 내렸고, 23일에는 등교와 출근을 포기할 정도의 눈 폭탄으로 대설특보가 발효되었다며, 계획된 일이라도 대설특보까지 내려진 마당에 꼭 해외로 나가야 했느냐고 분개하기도, 혀를 차기도 했다는 주민의 말도 실려 있었다.

 

기자는 군수와 군의원의 해외 일정을 상세하게 분석 보도하면서 관광성 외유가 아닌가 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세금으로 외유성 견학을 가는 것도 문제인데 17년 만에 폭설로 군민 모두가 힘들어할 때 군수와 군 의원들이 모두 빠져나가 행정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었던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기사 끝에 화순군이 취재진에게 군수의 일본 연수 계획이 농정견학을 위해 4개월 전부터 이미 잡혀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지만 궁색해 보였다.

 

이 뉴스를 접하고 화순군 제설작업이 느슨한 이유를 알았다. 진두지휘할 군수도 없고 이를 지켜볼 군의원들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할 일은 나 몰라라 하고 나들이나 다니라고 공천을 돕고, 표를 주고, 응원까지 했던 것은 아니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러다가 자칫 군수 군의원 무용론이라도 나오면 큰일이다. 그런 일만은 없기를 바란다.

 

안목(眼目)은 세상을 보는 눈이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안목은 깊고, 넓고, 멀고, 높아야 한다고 했다. 안목 있는 이가 없는 것은 시대의 불행이다. 공천장 잉크는 아직 마르지 않았고 지방선거의 열기도 채 식지 않았다. 신정훈 국회의원의 안목이, 문득, 궁금하다.

 

군수의 행정보다, 군의원의 살핌보다 한 줌 햇살에 더 큰 도움을 받았다. 자연은 위대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화순군민은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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