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 입원만 시키면 끝인가요?

화순매일신문 | 기사입력 2019/07/18 [07: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알코올 중독, 입원만 시키면 끝인가요?

화순매일신문 | 입력 : 2019/07/18 [07:01]

▲     © 화순매일신문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고 있었다
. 알코올중독자인 아들은 그런 어머니를 외면한 채 그저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미안하다며 어머니를 꼭 안아주면 좋으련만 아들은 어머니의 눈물을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들어보는 어머니의 진심어린 사과가 그저 뜻밖이고 어리둥절한 모양이었다.

 

아들은 스무 살이 될 무렵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적당히 마시기만 하면 좋으련만 한번 마셨다 하면 꼭 사고가 나야지만 멈출 수가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들이 다치거나 경찰이 출동해야지만 술 마시기를 멈추었다. 그야말로 고삐 풀린 망아지’, ‘폭주기관차’, ‘브레이크 고장 난 사고뭉치 자동차였다. 어머니는 어디서 저런 아들이 나왔을까?’하며 하늘을 원망했고,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보냈다.

 

결국 여기저기 알아보고 수소문한 끝에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어미의 마음 또한 찢어지는 고통을 느껴야 함에도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아들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생업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아들이 술을 마시는지 마시지 않는지 감시할 필요도 없었다. 혹시나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지나 않을까 매일같이 노심초사 하지 않아도 되었다.

 

매일같이 전화해서 퇴원을 종용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그냥 무시해버리거나 받지 않는 수고로움만 버틴다면 그저 그냥 살 만한 세상이 된 것이다. 절대 다시는 술을 먹지도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아들의 다짐을 믿고 퇴원시켰으나 아들은 퇴원한 날 저녁 몰래 술을 마셨고 다시 시작된 음주는 병원 입원 전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매일같이 경찰서에서 연락이 오거나 병원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먹고 살 밥벌이도 해야 했고 아들 뒤치다꺼리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스스로를 위로하며 아들을 다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켰다. 또 한 번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였다. 그녀는 앞으로 6개월은 나름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20년 동안 수십 번의 입원을 반복하며 아들은 퇴원과 동시에 곧장 술을 마셨고, 그리고 나서는 자발적으로 병원에 들어갔고 어머니도 으레 그냥 병원에 데리고 갔다.

 

그가 더 나아지거나 치료가 될 거라는 기대는 이미 버린 지 오래였고 그저 어미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서로 편히 살 수 있는 방법으로 정신병원을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에게 아들은 평생의 숙제였고, 애물단지였으며 술 하나도 맘대로 끊지 못하는 구제불능의 정신병자였던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그녀는 아들이 입원한 정신병원에서 진행하는 알코올 중독 가족교육에 참석하게 되었다. 주치의가 한 번만 참석하라는 권유에 마지못해 그저 못난 아들을 맡겨 놓은 죄송스러운 마음에 형식적으로나마 얼굴이나 비춰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첫 날의 주제는 알코올중독은 뇌의 병이다라는 제목이었다. 제목만 봤는데도 머리가 갑자기 멍해졌다. 알코올중독이 뇌의 병이라는 설명을 듣고 나서 20년 넘게 아들을 비난하고 못난 아들 취급만 했던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고 못난 어미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매주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가족교육에 참여했고 알코올중독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가둬두기에만 급급했던 못난 어미의 책임을 통감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만날 때 마다 진심을 담아 자신의 잘못을 사과했고 아들은 차츰 어머니의 사과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뒤 한 차례 아들의 재발이 있었고, 어머니는 재발한 아들을 다시 병원에 입원시키면서 처음으로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진작부터 느꼈어야만 하는 고통이었으나 진심으로 그 고통을 느끼기까지 20여년의 세월을 돌아온 것이다.

 

진작에 가족교육을 받았더라면 아들의 상처가 저리 깊어지지 않았을 텐데…….’ ‘20여년 간의 허송세월을 어찌 보상해야할지…….’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후회로 인해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리만큼 가슴이 아파왔다. 마지막 재발 이후, 아들은 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단주교육에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가족교육을 함께 받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모두 자신을 위해 열심히 교육을 받고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실천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며 아들은 부모님의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받았던 부당한 대우에 대한 분노가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었다. 아들은 이제 병원에서 제공하는 중독자 회복을 위한 교육을 이수하고 회복자 동호회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단주자들의 모임인 AA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다. 병원 직업재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생전 처음 직장생활에 도전하였으며 이제 곧 첫 월급을 받게 될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가족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하였고 이제 가족회복을 위한 가족모임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제 아들의 회복보다는 중독자의 가족으로서의 자신의 상처를 위로받기 위해 매주 금요일 가족모임에 참여한다.

 

주치의로서 이번 아들의 단주를 위한 도전이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가족 구성원 각자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가족의 화해와 행복은 점점 더 깊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확신한다.

 

알코올중독은 중독자 및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함께 위로하고 치료받아야 하는 가족의 병이며 가족 모두가 회복을 위한 치료에 적극적으로 동참했을 때 모두가 원하는 회복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김한석 보은병원 진료원장

 

<약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보건복지부지정 알코올 치료 전문병원 광주다사랑병원 진료원장

-나주면허시험장 정신과 판정위원

-한국정신신체의학회 노파인정위

-광주광산구 중독관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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