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도 봄은 오나요

박현옥 시인의 마음자락 | 기사입력 2023/03/24 [07:01]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그곳에도 봄은 오나요

박현옥 시인의 마음자락 | 입력 : 2023/03/24 [07:01]

  © 화순매일신문


곱게 차려입으셨던 모시옷 여밈 자락같이

살포시 휘날리는 꽃잎

겨우내 꼭 다문 입술 열고 방긋 웃는 목련이

엄니의 단아한 미소를 닮았습니다

언 땅이 녹아내리는 질척한 땅을 비집고

초록의 미소를 피워내는 작은 풀잎은

엄니의 슬픈 날을 기억하는

이 가슴을 아리게 하는군요

엄니

들녘에 종달새 부산하게 봄을 물어 나르는데

엄니가 계시는 그곳에도 봄은 오나요

 

앞집 장독가 매화나무꽃이 피고

뒷골 자갈밭에 잡풀이 돋았어요

구겨진 팔을 내 뻗으며 노란꽃을 피워 내는 민들레도 예쁘고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따스함이 있어

겉옷을 벗어도 춥지 않은 것이 봄인가 봅니다

엄니

세월 속에 묻혀버린 추억이 꽃처럼 피어나는데

엄니가 계시는 그곳에도 봄은 오나요

 

바람은 늘 그 바람처럼 스쳐 가고

햇살은 늘 한결같이 따스한데

퍼내고 또 퍼내도 닳지 않는 그리움만은 더욱 진해지는군요

장날에 김이 나는 국밥을 보면

허기진 배를 조여 맸던 엄니의 배고픔이 생각납니다

엄니

파릇한 보리 한 줌 넣고 끓인 구수한 된장국에 봄을 담아

따순 안부 궁금해 하시는

엄니의 봄날로 나들이 갑니다.

 

 

  © 화순매일신문


탐미

민낯의 봄은 설렘이다.

순백의 목련 꽃잎을 보니 시리도록 눈이 부시다. 그런 목련을 보면 설렘이 있다.

첫사랑 같은 순결함이 가슴을 적시고, 진실함이 출렁대는 바다가 되는 세상에 빠지기도 한다. 짧은 시간에 적당히 눈부신 목련이라서 그럴까.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지는 그리움으로 채워지는 목련은 마음을 붙들고 춤을 춘다.

 

여인의 살냄새로 다가와 남정네의 순정으로 사라진다. 결실의 상처를 안으로 보듬어 내는 강인함의 봄은 밑바닥에서 술렁대는 아련함을 더해준다. 그런 봄이 왔을 것이다. 내 그리운 엄니가 계시는 아득히 머언 그곳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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