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눈발이 날리고 그 바람 끝에 묻어오는 쓸쓸함이 더해지면 가슴에 애잔한 그리움 두고두고 그리운 사람들 이름을 되뇐다
거미줄에 걸려 몸부림치는 추억은 끈적거리며 한 올 한 올 풀리고 명치에 걸리는 전화번호 하나에 나의 시간은 멈춘다 차갑게 시선을 붙든 그리운 이름 어머니
그립고 보고 싶어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 꾸욱 누르면 ‘오냐 오냐, 나다 이잉.’ 하면서 들려줄 것 같은 귀에 익은 어머니의 목소리 잊을 수가 없다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하는 설움이 밀려오면 그리움이 뭉쳐 있는 손끝으로 어머니를 느껴본다 분명 어머니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지금은 누군가가 그 전화번호를 쓰고 있을 것 같아 차마 눌러보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
그리움을 찾아 나서면 낯선 목소리에 꿈 깰까 두려워 눌러볼 수도 없는 번호
생전에 그러하셨듯이 지금도 목에 걸고 계시겠지 배터리도 없는 전화를 만지작거리면서 이 딸의 목소리를 기다리시겠지 누를 수 없는 전화번호를 마음으로 누르고 공갈 전화를 걸어 혼자만의 대화를 한다.
계절의 변화에 묻어나는 안부를 묻는다. 어머니, 평안하신지요?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2023. 1. 27. 바람이 불고 눈 날리는 날.
요즘은 기억하는 전화번호보다는 입력하는 습성으로 전화번호를 기억하기 어렵다.
자주 하는 전화번호도 기억을 더듬는 요즘,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잊히지 않고, 손끝에 머무는 전화번호 항상 그리운 울 엄니의 전화번호이다.
요즘에야 아장아장 애들도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지만, 예전에 휴대전화가 아주 멋져 보일 때부터 울 엄니 손에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애착이 심했던 울 엄니, 유일한 통화는 나뿐이었지만, 늘 목에 걸고 다니셨다.
소복이 눈이 쌓인다.
난로에 나무를 넣고 불을 지피지만, 여전히 시린 안 가슴.
박현옥 시인/수필가 <저작권자 ⓒ 화순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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